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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보라 개인전 <6년의 신혼>_20210821-20210904

윤보라 개인전 <6년의 신혼>_

참여작가 : 윤보라, 기획 및 전시디자인 : 오종원

2021년 8월 21일부터 2021년 9월 4일까지 / 운영시간 : 12:00-20:00 / 유인 혹은 무인 운영

2021년 <터닝포인트> 프로그램에 참여한, 윤보라 작가의 개인전 <6년의 신혼> 전이 2021년 8월 21일부터 9월 4일까지 피그헤드랩에서 진행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4단계 경계를 준수하기 위해 공식적인 세레모니는 없으며, 21일부터 소소한 자리 등이 간헐적으로 있을 수 있습니다.

​본 전시 이후 윤보라 작가의 에세이집 <6년의 신혼>이 제작될 예정입니다.

작가를 위한 메모 

<터닝포인트>는 기본적으로 창작 활동을 진행하는 것 자체와 향후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2021년의 경우 총 4명의 작가가 참여, 5번의 공식 모임과 다수의 개별 미팅 등을 진행하였으며 5월부터 8월까지 개인전의 기회를 갖습니다. 진행 과정에서 창작 과정에 대한 인터뷰, 그리고 일부 이미지들을 선정하여 피그헤드랩 내 웹 포트폴리오 아카이브를 제공합니다.

 

미대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한참 썼다가 지우고, 다시 윤보라 작가에 대해서 집중하고자 한다. 미대에 대한 글을 썼다가 지운 이유는, 향후 잡힌 피그헤드랩의 몇몇 전시에서는 그 지점에 대해 깊게 논의하고자 하기에 지운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조금이나마 언급하는 이유는, 윤보라 작가와 내가 포함된 어떤 세대가 미대에 진학한다는 개념과 또 졸업 후 작가생활을 한다는 것에 대한 어떤 복합적인 딜레마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름 제일 높은 대학입학율을 가졌다고 하는 2000년대_이는 내가 project8x를 통해 다뤄왔던 해당 세대들의 공통적인 배경으로 언젠가는 이야기 해야할 것이다.

작가 또한 마찬가지이다. 졸업을 한 후 나름의 열정을 가지고 전시 활동을 진행하였을 것이다. 특히 그가 졸업하던 시기에는 대체로 갤러리를 중심으로 한 전시문화가 주력이었기에, 아마 그 또한 갤러리에서 전시를 한 후 차후의 어떤 기회를 원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젊은 작가들이 마찬가지일듯, 결국 살아가며 생계 능력을 갖춰야 하고 또 작가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의 선택에 있어 창작을 잠시 멈추게 되었다. 나는 사실 한때 그것을 ‘게으름’으로 보기도 하였는데, 물론 지금도 그 생각이 아예 바뀐 것은 아니다. 다만 처음에 밝힌 것처럼 그것은 한 사람만의 문제이기보다 다양하고 복합적인 환경의 요인도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심지어 근현대 한국이 가져온 커리큘럼의 단점만 반영하더라도), 내가 그와 만났을 때 제일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전시를 만들기 위한 작가의 개념보다 당장 창작 자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속하여 자문하기를 바랬다. 다시한번 그것은 같은 또래, 같은 성장을 겪었기에 더욱 동병상련 하는 것이다.

<터닝포인트>프로그램부터 시작과 그 외에 친목적인 활동까지 약 8개월 정도의 시간을 가지면서 그가 해준 얘기들, 그가 걱정하던 것들, 바라왔던 것들이 어떤 과거의 시점에 있다고 느껴왔다. 그것은 여전히 보편적 관점에서의 ‘미술’과 ‘작가’라는 단어가 가진 이미지이다. 나는 그것을 ‘보이지 않는 목표를 자꾸 보이게끔 하려던’ 실패한 교육관, ‘열심히 하면 된다’고 가르쳐온 것들의 병폐라고 본다. 2000년대 후반, 2010년 초반까지 실제로 한국 미술계가 호황기를 맞이하던 시기였던 만큼 미대를 나온 이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많은 기회가 주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대체로 그 목표는 갤러리에 소속되거나 아트페어에 출품함으로서 작가라는 정체성이 좀 더 생계유지 마련의 직업적 정체성으로 접근하는 지점이 클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는지'에 대한 해답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예술가들이 좌절하는 것이다. 공장에 들어가고 나오듯 생산된 수많은 미대생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물론 예술계도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클리어한 경우를 만들어낸 어떤 사례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정답'이기 보다 '어떤 방법'에 가깝다. 작가가 여기던 갈등도 바로 그것에서 기반하였다고 추측한다. '어떻게'라는 단어가 빠진 추상적 목표치만큼 동기부여가 안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어떤 인간 삶의 보편적 목표와도 같게끔 느껴진다. 우리가 보편적이라 여겨지는 어떤 삶의 목표, 안정된 직장을 갖고 결혼하여 안정된 가정을 꾸리고, 아들 하나 딸 하나 낳아서 부모님께 손주 보는 재미 좀 보여드리고. 열심히 돈 벌어서 어디에 번듯한 내 집 하나 내 차 하나 마련해가지고 오손도손 늙어가는 그런 가정상. 다들 그것이 행복할 것이라 생각은 하지만 정작 삶은 시험지에 마킹하는 정답지처럼 딱 방법이 정해진 것도, 모두가 동일한 상황인 것도 아니다. N포 세대가 등장한지 벌써 몇 년이고 아이를 낳지 않은 딩크족은 전략적인 삶이 되어버렸다. 미친듯이 솟아오르는 집값으로 인해 내 집 마련도 쉬운 일이 아니니 당연히 출산율도 1명 미만으로 떨어져간다. 이쯤 되었으면 이제 보편적 인간 삶의 기준도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근래 간간이 이야기 들어보면 부부가 결혼하여 애 하나 낳는 것도 큰 업적이라고 하지 않나.

그의 이번 전시명인 <6년의 신혼>은, 그런 관점에서 어떤 환경적 변화와 살아남기의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신기한 현상의 발견이었다. 이것은 사실 작가 본인도 크게 의식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살아보려고 '어떻게 노력하다 보니 만들어진 일상'들은, 어느 순간부터 그만의 방식으로 재해석되어 있었다. 커스텀메이드 된 ‘그들 부부의 삶’인 것이다. 정작 작가 본인은 덤덤히 이야기하였지만, 그 삶을 듣던 나나 다른 이는 그것이 나름의 놀라움이었다. 그것은 나와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는 작가만의 한 '경우'였다.

작가가 들려준 6년간의 사랑이야기는 한 사람만을 위한 도시락에서 시작하였다. 정확히 딱 한 사람만을 위해 준비된 반찬과 도시락, 그리고 그것을 실행하는 행위. 거기서 작가는 어떤 감정적 환기를 경험한다고 하였다. 돌이켜보면 대체로 작가와 내가 속한 세대는 도시락 하면 ‘어머니의 도시락’으로 떠올리고는 했다. 실제로 지금도 편의점 도시락들이 ‘엄마가 만든’을 컨셉으로 잡는 것처럼, 도시락은 아내이자 어머니가 가족에게 해줄 수 있는 어떤 헌신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작가의 도시락은, 아이를 당장 갖지 않고 지금의 자리에서도 안주하지 않기에 오직 남편만을 위한 것이었다. 당연히 그에 따른 반찬 하나, 나눈 대화 하나에도 전부 오직 둘의 관점만이 가득하였고 그것은 다양한 의미로, 속칭 ‘지금 시대’를 너무나도 잘 표현하는 내용들이었다.

그렇게 시작하여 이번 <6년의 신혼>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더 이상 전통적인 방식이 설득력을 잃고 효력이 없어지는 모습은 가정상도, 또 창작의 영역도 마찬가지라고 나는 생각하였다. 나 또한 기획자로서, 또 한 사람의 같은 세대로서, 그거 어떤 방식을 답습하기보다 자연스럽게 그만이 가지고 있는 경우와 사례들을 보여주는 것이 더 그 답다고 생각하였다. 그들 부부, 정확히 표현하자면 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나 남편의 도시락을 싸주던 작가의 이야기에 집중하기로 하였고, 전통적인 아내가 아닌 같이 생계활동을 하는 가정의 구성원으로.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 남편을 위한 도시락을 싸는 아내, 젊은 시댁과 친정을 가진 며느리가 갖는 현대의 반영이며 동시에 그것을 직접 경험하고 사례를 만들어가는 작가만의 경험이기도 한 것이다. 보편적 목표는 존재하지만 '어떻게'가 부재하는 인간 삶의 과정, 예술가의 과정에 있어 작가 '윤보라'의 삶과 창작은 오로지 그만의 고유한 영역으로 존재하고자 노력하였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작가의 불안함이 참 컸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내보내는 것에 많은 갈등이 있었으며, 심지어 작품이 벽에 걸린 지금도 오로지 맘에 든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전히 기획자인 내 눈에, 작가는 더욱 크고 화려하고 자신의 아우라를 뽐내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싶어 살짝 아쉬워하는 그 모습이 보인다. 벽에 걸린 그림들을 살펴보면, 반찬과 도시락들이 참 담백하다. 일부 작업, 가령 수박과 같은 것은 참 시원시원하게 나오기도 하였지만 계란말이나 잔반찬들은 아담하고 이쁘게 나왔다. 그리고 그가 남편과 나눈 대화들, 한번 재치를 담아 족자에 붓글씨로 써본 이야기들은 적당한 한입 거리처럼 나름대로 구성되어 있다. 딱 집 반찬, 집 도시락, 현대를 살아가는 아내 윤보라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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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작품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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