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전성민 2인전 <싸자! 진실의 방으로>_20240316-20240407
이준희 전성민 2인전 <싸자! 진실의 방으로>_
참여작가 : 이준희 전성민
2024년 3월 16일부터 2024년 4월 7일까지 / 운영시간 : 12:00-20:00 / 유인 혹은 무인 운영
※ 전시 기간이 연장되었습니다.
오프닝 리셉션 : 3월 16일 오후 5시
작가들을 위한 메모
표현하기 조심스럽지만, 예술을 전공으로 한 이들보다 정작 취미로 접근한 이들에게 더 열정을 느낄 때가 있다. 이유야 많겠지만, 취미로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어디까지나 취미이기 때문에 가능한 강한 흥미와 도전정신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들과의 인연은 작년 말 피그헤드랩 외 내가 담당하는 전시 업무로 만나게 되면서 였다. 당시 이준희 작가가 적극적으로 내게 전시 기회를 어필하는 상황이었는데, 본인의 개인전도 아니고 취미로 모인 수십 명을, 본인이 대표하여 전시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 상황이었다. 미술이나 관련 분야를 전공한 것도, 별도의 전시 경력이 있는 것도, 완벽한 계획이 있던 것도 아님에도 그가 보이는 열정과 실행력에 설득 당했다는 표현이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나도 첫 전시를 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들고 다닌 시절을 떠올렸는데, ‘그때의 나 같았어’ 라기보다 ‘그때의 나보다 훨씬 잘하네’라고 느꼈기 때문에 더욱 그들의 전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름 나쁘지 않았던 전시를 마치고 내가 먼저 제안하게 되더라. 내가 별도로 운영하는 공간(피그헤드랩)이 있는데, 거기서 또다른 전시를 만들어보고 싶지 않은지. 그렇게 본 전시가 준비되기 시작했다. 처음엔 큰 욕심 없이 미팅 정도만 하자는 것이 간헐적인 워크샵으로 발전해 나갔고, 비록 처음에 꾸린 인원들이 그대로 갈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두 작가는 열정을 불태워 나갔다. 워크샵을 일찍 끝낸 날에는 아쉽다며 좀 더 시간을 내달라 하였을 때, 또 1시간을 넘겼는데도 끊지 않는 전화를 받으며 이들의 열정에 내가 되려 벅찬 느낌을 받게 되었다.
이들의 시작이 사진 동아리에서 만나 전시를 시작한 것이기에, 워크샵은 현대미술에서 사진에 대한 소개와 유명한 중견 및 원로 국·내외 작가들을 소개로 진행되었다. 이들은 사진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물론이고, 어느 정도의 기술력도 갖고 있어서 꽤 근사한 사진들을 찍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00년 이후 출생자로,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대중화되고 일찍이 SNS를 접하게 되면서 사진을 다루는 것에 어떤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 같다. 또한 요즘에는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통해 관련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고 미디어가 워낙 발전하였다 보니 더욱 화면을 만들어 내는 것에 능숙한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워크샵 기간동안 어떤 기술력이나 표현 방법보다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전시의 주제는 무엇으로 할지 등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 자체에 중점을 두었다. 그들의 관심사와 생각들, 또 특정 세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많은 시간을 소요하였다.
사실 이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고, 또 매번 반복되는 고민이기도 하였다. 내가 아카데미에서 학습하고 청년작가로서 습관화되고 나아가 기획자로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전시의 구조가 이들에게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이야기를 끄집어내 구조를 이루고 형태를 띄워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것으로 만드는 일은 마냥 자유로운 일이기만 할 수 없다. 보편적인 언어를 사용해야 하고 보편적인 소통을 지향해야 하는 것이다. 취미로서의 창작은 내 안에 느낌 적인 느낌을 꺼내는 정도였다면, 전문적인 창작이란 보편적인 과정과 구조, 그리고 방식에 대해 ‘배워야’ 하는 지점도 있을 것이다. 아니다 다를까, 이들에게 이 과정을 설명하고 연습을 해보는 하였더니 마치 연구 프로젝트처럼 접근하는 것을 보기도 하였다. 이것을 옳다 그르다 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인지, 또 내가 생각하는 창작의 논리가 너무 낡아서 이들을 옥죄이는 것은 아닐지 고민하는 연속이었다.
아무튼 이런 고민들 속에서도 전시는 대체로 즐겁게 준비되었다. 내면의 자신을 표출해보자는 접근이 화장실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되었고, 유명한 오락영화 <범죄도시>의 컨셉을 빌려 “싸자! 진실의 방으로”라는 제목까지 우발적으로 잡히며 코믹한 전시 포스터가 나오게 되었다. 특히 포스터 이미지를 만들고자 둘이 밤을 새워가며 촬영한 것들을 내게 보내주었을 때, 보자마자 빵 터지면서 너무 고생했다고 정말 재밌다는 표현이 나왔다. 따로 보여주거나 언급한 적이 없는데, 과거 전위예술 세대의 퍼포먼스와도 닮아 있어서 아이러니 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전시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이준희 작가가 본인은 설치 작업에 도전해보겠다며 당당하게 계획안들을 보여주었을 때에도 ‘전시 경험도 제대로 없는 친구가 설치 작업은 제대로 할 수 있을지’라며 걱정을 되었고, 그것은 일부 현실이 되기도 하였다. 오프닝 리셉션 직전까지 함께 뚝딱거리며 구조물을 만들어야 했지만 그 와중에 묘한 즐거움이 발산하는 것이다. 더욱이 의외의 디테일까지 발휘하여, 다소 시간이 걸렸음에도 그의 설치작품은 꽤나 높은 완성도를 보이게 되었다. 전성민 작가의 경우, 그의 평소 이미지처럼 분석적이고 학구적인 관점으로 나름 다양한 시도들을 선보였다. 전시 오프닝 날 쫙 늘여 놓은 그의 시도들 속에서, 정작 우리가 제일 마음에 들어 했던 것은 과거 그가 친구들과 장난스럽게 찍은 인생네컷 사진이었다. 작게 출력된 사진을 억지로 늘려 색이 날라가고 픽셀이 튀는 것이 되려 레트로 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며 “아 청춘!”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작업으로 재탄생 되었다.
모든 작품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작품이란 것이 100% 작가의 의도대로만 되는 것은 또 아닐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연과 의외가 만나 멋진 하모니를 이루는 경우도 있고, 그것이 예술과 삶이라는 것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은 아닐까 싶다. 이 두 작가의 전시를 보며 서투름, 어수선함, 나름의 고민과 노력들, 다소 가벼운 지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볼 수 있는 것은 그 나름의 고민과 노력들이 약간의 얼렁뚱땅과 만나 묘한 조합을 이루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리움을 주는 맛이다.
오 종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