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민정 개인전 <올라라 올라라 무지개가 뜬다>_20201227-20210123

석민정 개인전 <올라라 올라라 무지개가 뜬다>_ 참여작가 : 석민정, 홍보디자인 : 오종원

2020년 12월 27일부터 2021년 1월 23일까지 / 운영시간 : 12:00-20:00 / 유인 혹은 무인 운영

석민정 작가의 개인전 <올라라 올라라 무지개가 뜬다> 전시 2020년 12월 27일부터 2021년 1월 23일까지 피그헤드랩에서 진행됩니다.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는 설치의 기간을, 1월 1일부터 23일까지는 관객 초대의 기간을 갖습니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인해 전시 세레모니는 전시의 마지막 날을 상정하고 있으나 정부의 조치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작가를 위한 메모

그동안의 친분이 있기에, 작가에게 주례사와 같은 메모를 기대하지 말라 하였다. 더욱이 그와 함께한 기간동안 그의 작업에 대해 수없이 논하였기에, 섭섭하겠지만 아마 그도 그런 기대 같은 것은 하지 않을 것이다.

 

석민정 작가와 몇 년간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하며, 나는 항상 그가 언급한 ‘둘째 딸, 아들을 보기 위한 과정에서 태어난 삼 남매 중 둘째’라는 캐릭터가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기대치로 태어난 첫째 딸, 목표치로 태어난 셋째 아들 사이에서 그는 의도하지 않았던 두번째 딸이라고 했다. 마침 그쯤부터 해서 비슷한 사례와 경우들을 주변에서 들을 수 있었는데, 각자 사정은 있겠지만 혹자에게 ‘샌드위치’라고도 불리는 둘째 딸은 표현 그대로 이리 치이고 저리 끼이고 속상한 일이 참 많은가 보더라. 근래까지 남아있던 남존여비의 영향에다가 여유롭지 못했던 환경, 거기에 창작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가 가진 배경이었고, 그것은 이윽고 삶을 좌우한 상처이자 보상받고자 하는 욕망, 그리고 창작의 주 재료가 되었다. 결국엔 작가는 비난의 시련을 헤쳐 나가고 있는 석민정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게 된다.

‘무지개가 존재하는, 무지개와 같은 상황이 오길 바라는, 혹은 무지개를 직접 띄우기까지 하고자 하는’ 제목으로 자신 자신이 처한 모험들을 1인칭 캐릭터의 독백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런 관점에서 상기한 그녀의 캐릭터는 오래된 애니메이션 캐릭터 왕눈이와 아날로그 방식의 누적 작업들을 통해 솔직하게, 경우에 따라서 연민까지 느끼게끔 전시장에 구현되었다.

그가 보여준 돌탑 그림들을 과거 그의 습작들 사이에서 보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물었고 이번에도 물었지만 돌을 쌓는 이유에 대해서는 그저 덤덤하게 누군가나 혹은 자기 자신 정도로 표현하곤 하였다. 그 사이 스케일과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 발전한 것도 있지만 작가 스스로 돌탑 자체를 더욱 세밀하고 공들이며 토템화 하는 것을 보며, (다소 직접적일 수 있으나)그의 염원과 자조적 모험담의 스케일이 점점 더 성장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자신 혹은 자신의 목표가 형상화된 돌탑과 그 덩어리들은 별다른 꾸밈없이 인류학적인 관점, 토속적인 관점 등으로도 그것이 여전히 유효하다 하고 있다. 현대 회화의 방법적인 고찰은 둘째 치고, 적어도 그가 메꿔 가는 크고 작은 돌덩이를 보면서 태도가 형식이 된다는 표현을 새삼 떠올려 보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전시명도 마찬가지다. 전시장의 캐릭터가 외치는 노래이면서 작가 스스로도 되뇌이는 주문인 그것은, 절망과 희망 사이에 희극적 요소라고 아예 대놓고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울지 말고 일어나 피리를 부르라는 노래 사이, 어쩌면 뻔한 클리세로 고통받는 주인공 왕눈이를,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서 안쓰럽게 보는 것처럼, 조금 노골적이지만 그럼에도 그럴 수밖에 없게끔.

몇 년간 작가와 같이 작업을 하며 나는 간간히 그에게 어떤 방식들의 장단점을 설명하고는 하였다. 그것은 전시장에서 태어나고 죽는 캐릭터에 대해서, 그것에 스스로 빙의될 것인지 혹은 그것을 방치하고 타자화 시켜 분석할 것인지 간간히 이야기를 나누곤 하였다. 그럴 정도로 그의 작업은 농밀할 때는 매우 농밀하였고 힘들고 지칠 때는 또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솔직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론 부담이기도 하였다. 물론 그런 모습들 자체가 그가 가진 퍼포먼스의 절정들이며, 호불호가 어찌하든 그의 모험들의 연장선일 것이다. 그의 과거작들, 전시장 한가운데 돌고 있는 고장난 세탁기, 허물어지는 철거촌에서 쌓아 올린 연탄 탑,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관심의 마음까지. 그 일련의 과정들을 떠올려보며 그에 대한 평가라기 보다 그저 잘 그렸다고, 아웅다웅 살아간다고 명명백백 말하는 돌탑의 솔직함 앞에서 이번에 참 잘 그렸다는 표현이 나오게 되었다. 갑자기 왜그러세요 라며 민망해 하는 작가에게 아직은 멀었다며 장난스럽게 대꾸를 하였지만, 가끔은 이런 덤덤한 솔직함도 좋을 때가 있을 것이다.

석민정 작가의 근래의 작업들, 그리고 이번 전시를 보며 작가가 만들어낸 스스로의 모험담을 통해, 그것이 비록 큰 스케일이나 치밀한 계산 같은 것이 아니더라도 스스로가 보여줄 수 있는 솔직함과 나름의 흔적들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치면 전시에 사용된 왕눈이 캐릭터가 참 절묘하다 싶은 게, 아무리 주인공이 날고 기어도 결국에는 작은 연못 안에서의 모험이다. 그럼에도 왕눈이의 이야기에 묘한 애정이 맴도는 것처럼 작가의 작업도 그렇게 묘하게 존재감을 드러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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