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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은 개인전 <올리브 그린, 짙은 회색, 퍼머넌트 옐로>_20210403-20210417

오영은 개인전 <올리브 그린, 짙은 회색, 퍼머넌트 옐로>_

참여작가 : 오영은, 기획 및 전시디자인 : 오종원, 촬영협조 : 이규환

2021년 4월 3일부터 2021년 4월 17일까지 / 운영시간 : 12:00-20:00 / 유인 혹은 무인 운영

오영은 작가의 개인전 <올리브 그린, 짙은 회색, 퍼머넌트 옐로> 전시가 2021년 4월 3일부터 4월 17일까지 피그헤드랩에서 진행됩니다.

전시 세레모니는 전시의 시작일(3일)을 상정하고 있으나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인해정부의 조치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피그헤드랩은 코로나 19에 따른 정부의 경계지침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작가를 위한 메모

내가 공간을 만들며 언젠가 한 번 전시를 만들고 싶었던 이 중 하나가 오영은 작가이다. 돌이켜보면 제법 추웠던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모 작가가 그녀를 소개해 줬는데 그렇게 만난 인연으로 벌써 7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다 같이 제법 추억이 많아 언젠가 삼인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기약은 없는 체로 어느새 오영은 작가의 전시 <올리브 그린, 짙은 회색, 퍼머넌트 옐로>를 먼저 만들어보게 된다.

그렇게 예술 얘기를 좋아하던 나임에도 그런 대화를 나누지 않게 되는 사람이 바로 오영은 작가이다. 어떤 사람은 예술이라는 목적 뒤로 행함이 뒤따르지만, 또 어떤 이의 경우에는 행함이 먼저 있고 그게 예술 혹은 다른 무엇인가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다시 전자의 경우에는 예술의 다양한 양상과 비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그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무용한 일처럼 느끼기 쉽다. 숨을 쉬는 사람에게 왜 숨을 쉬냐 물어보는 것처럼 나는 그런 사람에 오영은 작가를 떠올리고는 한다.

그녀의 그림은 크게 오브제의 선정과 그것에 효과를 주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림 제작에 있어 당연한 말이기도 하지만 그녀가 오브제, 그림을 그리는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것부터 사실 작업의 절반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녀의 작업이 어떤 완성도를 띄게 되는 과정을 2015년 내외로 보고 있는데, 작들을 살펴보면 불탄 성냥들, 종이로 만든 입체카드, 찢어진 포스터 등을 주요 오브제로 삼으며 작은 것을 향한 연민,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는 하였다. 정작 주제의식 같은 것은 그녀의 내면 안에 묻어둔 감이 있는데, 굳이 그림을 보다 보면 그것을 꺼내는 것이 무의미하다 느껴질 수 있다.

대체로 근래까지 하였던 작업의 경우 아크릴 물감을 묽게 또 한정되게 사용하여, 옅은 톤의 개수와 연필 선이 담백하게 섞이면서 그리는 과정이 투명하게 여과 없이 보인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녀가 고른 오브제는 그녀의 시선을 담백하게 투영하는데, 특유의 아련함 같은 느낌을 묘한 분위기로 연출해내는 것이다. 빛이 번지거나 색이 빠지는 듯한 이러한 효과는 그림이 주는 무게감은 줄이고 적당히 남아있는 감정을 담백하게 이끈다. 이 제작과정에서 일부 초현실적 오브제 구성과 무게감을 줄인 표현방법의 경우, 그림이 그려지던 당시의 한국 사회에서 유행하였던 회화의 방식 등을 논할 수 있다고 본다. 다시 사례를 든 2015년 내외의 작들처럼, ‘물적 재료에 대한 기교를 덜 하고 표현 매체의 선정과 구성에 있어 얕아 보이는 층위를 바탕으로 초현실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은 실제로 당시 주목을 받았던 일부 작가들의 그것과 닮은 지점이 있다. 회화는 장르적 특성상 작가 개인을 둘러싼 환경적 영향이 크다고 보는데 그런 지점에서 당시 등장한 유행어인 홍대병이나 힙스터와도 같은 단어들처럼 점차 짧아지는 유행과 마이너 지향, 허무주의적 관점들이 영향을 미쳤을 그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참고로 그녀와 2018년 진행한 별개의 프로젝트, project8x 활동에서 그녀가 관심사로 꼽았던 것은 청년세대와 N포 세대, 젠트리피케이션 등 다소 디스토피아 적인 현실적 문제들이었다. N포 세대만 하여도 그동안 지속 반복되어 온 어떤 한계치에 대해 더 이상 반항하지 않고 포기하거나 방향을 돌리게 되는 청년 세대의 현실을 의미하는 것을 생각해보며, 그녀의 작품 또한 그녀가 살며 외부와 상응하는 갈등을 일종의 도피 혹은 연민의 방식을 취해 시선을 돌리고자 함을 느낄 수 있다.

2017년에서 2018년 이후 그녀의 작품들은 사물들의 구현이 한층 안정되고 단순화하며 현실적인 이면으로 발전하였다. 이 시기 본인의 일과 삶의 순환이 고정되어가는 와중이었고 또한 창작 활동 초기, 아티스트의 정체성으로 가졌던 많은 활동들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많은 전시와 활동으로 유지해왔던 사회의 소통이 그녀가 나이 들어감과 동시에 그러한 여건이 줄어들며(이는 2010년대 초반까지 대안공간 및 소형 공간 등에서 진행한 커뮤니티 프로그램들이 점차 줄어든 것과 연관될 것이다) 점차 축소되고, 본인 또한 삶의 어떤 과정으로 넘어가면서 더 이상 청년세대로서 노골적인 자기 표현보다 좀더 은유적인 감각과 관점들로 그림이 완성되어 갔다. 다시, 20대 중후반에서 의도적으로 보였던 몽환은 30대로 넘어가며 현실의 번짐으로 성숙하였다. 성숙이 맞을 것이다. 내가 그녀를 지켜본 지난 7년이란 시간 동안 그것은 한결같은 방향으로 일관하였으며 그녀는 자신을 투영하는 (다소 전통적인) 방식을, 티 나지 않게 조용하면서도 그 소소한 느낌이 더욱 짙어지도록 발전해 나가고 있다. 오브제를 선택하고 표현하는 것에는 삶을 향유하는 묘한 귀품이 생기고 있으며,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인상적인 구성들은 특유의 가라앉은 톤의 파스텔 색감과 함께 은은하게 번져 나간다. 번져 나간 현실의 그림자는 가벼이 아련하게 자리잡는다.

아무튼, 이번 전시로 돌아와, 내가 그녀에게 전시를 부탁하면서 작은 과제를 제시한 것이 있다. 그것은 나름 내가 공간을 운영하며 기본으로 세우는 철칙이며 그녀에게도 창작의 과제 설정과 나름의 노력이 나왔으면 하는 기대였다. 마침 근래 그녀의 삶은 어떤 큰 변화 (정작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를 가지게 되었는데, 내가 항상 그녀의 그림이 스스로의 삶과 같다고 느끼는 만큼 모종의 변화나 깨달은 지점 같은 게 없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녀는 막상 간만에 전시라 고민이 많다고 하였지만 그래도 하던 데로 “그냥 했어요”라고 답하며 무엇인가를 여전히 그려낼 것이다.

마지막으로 작은 고민이, 아직 피그헤드랩은 공간이나 지원하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없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아끼는 기회를 너무 일찍이 쓰는 것은 아닐까, 좀 더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많을 때 초대해야 했던 것은 아닐까 자칫 후회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 그런 와중에 그녀는 조금 덤덤하게 해보죠 뭐 정도로 전시를 수용해 주었다. 일단 항상 함께해주는 그녀에게 고맙다는 얘기를 먼저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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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풍경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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