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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서리단 기획전 <옥상 보수공사>_20230520-20230603

미나리서리단 기획전 <옥상 보수공사>_

참여작가 : 미나리서리단(고은아, 김시연, 박혜민) / 전시 디자인 : 피그헤드랩

2023년 5월 20일부터 6월 3일까지 / 운영시간 : 12:00-20:00 / 유인 혹은 무인 운영

​오프닝 리셉션 : 5월 20일 오후 5시

옥상보수공사 전시 소개

주어진 과제를 해내고 다음 과제를 이어가며 계단처럼 정해져 있던 과정을 마치고 나와 직면하게 된 사회는 마치 꿈에서 깬 거처럼 새롭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현실에서 남들과 비교하자면 스스로가 한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모르면 혼나고 알면 무시당하는 사회 초년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타인에 벗어나 보고, 스스로를 고쳐보고, 다시 도전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생기는 고민들과 감정에 집중했다. 3명의 작가들은 이 불완전함을 각자만의 방식으로 연구해 완성된 불완전함을 선보인다.

미나리서리단 고은아(전시기획 및 디자인)

작가들을 위한 메모 

미나리서리단은 고은아, 김시연, 박혜민 세 명으로 이뤄진 프로젝트 팀이다. 이들은 22년 말 졸업전시를 하였고 이 후 피그헤드랩의 비공식 워크샵에 참여하였다. 워크샵의 주요 내용은 직업으로써의 시각예술에 대한 안내와 현대미술에 대한 사례 탐구, 그리고 글쓰기와 이를 행정서류화 하는 노하우 등에 대한 설명이었다.

진행은 전체적으로 피그헤드랩의 기획자인 내가 진행하였는데, 이들이 학생의 입장에서 예술계를 바라보는 시야가 나 때에 비해 더 넓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또 자신의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꽤 잘한다는 것을 느꼈다. SNS 및 정보 채널의 확장이 가진 영향 아닐까 넘겨 짚으며, 속칭 ‘나 때는’이란 표현처럼 갈수록 더 잘 알고 뭔가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들을 만나게 된 것은 내가 그들의 졸업전시를 보게 되면서였다. 당시의 상황을 돌이켜보며 개인별 소개를 하자면 먼저 고은아 작가(겸 메인 기획자)의 경우, 작업 자체도 나쁘지 않았지만 조직을 일구고 일을 진행시키며 리더쉽을 갖추었고 이 과정에서 시각예술을 직업적으로 보고자 하는 나름의 목표도 보였다. 김시연 작가의 경우 즉흥적으로 스케일을 키우고 단숨에 그림을 그려내는 호기로움에, 박혜민 작가의 경우 가지고 있는 매체를 바탕으로 이상적인 도안을 표현해내는 것이 눈에 띄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각 개인이 어떤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기보다, 어떠한 환경 내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의 퍼포먼스를 보이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이 가진 매력들을 알게 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 그럼에도 그들을 둘러싼 환경과 제한, 그것들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갑갑함을 느끼기도 하였다. 일종의 공감대일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지점에선 학교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는데, 전시를 포함한 관련 콘텐츠 영역에서의 실무에 대한 현실적인 교육이 부재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여전하다. 그러나 꼭 특정 학교나 교육법의 문제이기 보다 전통 계승에 목적을 두는 아카데미라는 것이 가진 태생적 한계일 것이다. 어떤 분야라고 칭하던 자기 브랜드를 갖고 창작활동을 하는 것의 범위가 무척이나 넓어졌고 또 문턱도 매우 낮아져 간다. 많은 이들이 어떤 방식이던 창작의 영역으로 입문하고 그들의 활약이 사람들 눈에 띄기만 한다면 누구나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이다. 그러한 만큼 너무나도 많은 이들이 창작의 영역에 뛰어들고 또 무수한 경쟁에 부딪친다. 속칭 산업영역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다. 표현하기에 있어 꼭 경쟁이란 단어가 아니더라도 비교와 영향력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는 것은 콘텐츠 산업의 불가피한 구조이다. 그런 지점에서 다시한번 전통과 과거의 경험을 답습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커리큘럼, 그리고 그것이 가르치는 예술이란 것은 지금 같은 시대일수록 동시대성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며 그것을 마냥 나무랄 수는 없을 것이다. 또 거리를 두고 본다면 결국 아카데미에서 가르칠 수 있는 교양의 영역과 취업준비의 영역이 온전히 분리되지 못하는, 세상의 딜레마가 강하게 적용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옥상 보수공사>는 참여 작가들이 자전적으로 제안한 딜레마와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의 표현에서 시작한다. 옥상, 즉 그들에게 지붕이 될 것이라 믿었던 것들이 사실 온전한 것이 아니었고 그것을 스스로 보수하고자 하면서 자신들의 생존 방식을 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미나리서리단이라는 이름도, 사실 워크샵 중 술자리에서 우연히 발굴된 이름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충분한 자생력과 생명력, 진취적인 성장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 또한 절묘하게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스스로 기획하기도 하였지만 특히 고은아 작가가 메인 기획자로 전체적인 흐름을 잡고 김시연, 박혜민 두 작가의 작업으로 구성된 본 전시는, 솔직히 내 기대보다 더욱 잘 나왔다. 먼저 김시연 작가는 약 200호 상당의 그림을 일부 세팅한 구도를 제외하고 현장에서 라이브 드로잉으로 선보임으로써 자신의 역량을 감각적으로 표출해냈다. 개인적으로는 그 이상으로 더욱 그림을 확장할 수 있다면 향후에도 좋은 반응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아직 작가는 순간의 호기를 분출하는 정도에서 작업을 맺고자 한다. 또한 작업에 담겨진 이야기 역시 인간의 믿음이라는, 전통적이면서도 본인이 근래 발견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여 상당한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 박혜민 작가의 경우 준비한 5점의 소품(작은 그림)이 있지만 이와 함께 자신이 좋아 하는 소품(피규어 등의 사물)들을 얽고 엮어 하나의 설치로 구현하였다. 물론 소품과 소품을 합쳐 하나의 설치로 구성하는 것은 전시 직전 다같이 아이디어를 모으며 나온 안이기는 하나, 한편으로 작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이 참에 대중과 소통하는 기회이기도 하였다, 다소 즉흥적인 아이디어였다 보니 소소한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그동안 작가가 자신을 가두었던 것 외에 새로운 방식에 도전하였다는 자체로 높이 사고자 한다.

그리고 여기에 고은아 작가 겸 기획자의 꽤 괜찮은 마무리가 삽입되었다. 다양한 초록의 컬러톤 나열, 보통 일반 가옥에서 옥상 마감재로 쓰는 에폭시의 초록색을 모방하는 컬러 패턴이 몇 가지 소개된 다음 그들을 상징하는 캐리커쳐와 미나리 한 단을 같이 설치해 놓았다. 다소 단순해 보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시의 퀄리티가 상승하는 미감적 효과를 가져옴과 동시에 그들이 보수하고 훔쳐오며 가져야 할 푸른 초록 마저 산업구조의 샘플화 된 플랫폼 안에 있는 것임을 생각해보면 아이러니 하기까지 하다. 그런 묘한 유머가 더해짐으로써 전시는 복합성을 띄게 되고, 이것이 ‘팀으로서 함께 고민하고 활동한 전시’라는 마무리를 심어준 한 수라고 생각한다.(미나리는 오프닝 리셉션 이후 회수되었다.)

 

이제 조금 아쉬운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작가들을 만나고 워크샵을 진행하며 직업적이든 작가적이든 취미이든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기 바랬다. 물론 어떤 일이든 동기야 중요한 것이고, 꼭 예술만이 아니라 자기 브랜드를 해야 하는 영역에서는 절대적인 것이기는 하다. 또 작가들이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를, 그럴 이들도 아니었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시각예술을 포함한 미디어 콘텐츠의 영역은 점점 거대해지고 무엇보다 스스로가 해당 산업에서 자리를 잡고자 하였을 때, 단순히 내가 미술대학을 나왔거나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해서 창작가라는 정체성을 발휘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러한 관점에서 나는 이들 뿐만 아니라, 피그헤드랩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작가들이 단순 자신의 작업 뿐만 아니라 더 넓은 영역의 콘텐츠를 인지하고 다루기를 바래왔다. 그래서 워크샵을 진행하며 이러한 지점에선 다소 조심스럽더라도 현실적으로 이야기하였다고 생각한다. 창작을 만류하거나 말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배워오고 바라보며 다소 답답하거나 깜깜하게만 보이는 예술이라는 것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이 과정에서 내 생각이나 어드바이스가 잘 전달이 되었는지는 알 수는 없다.

동기가 있다는 것은 어떠한 형태로든 갈망의 모습으로 증명된다고 생각한다. 유명해지는 것이든 돈을 벌고 싶은 것이든, 하다못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이든 많은 예술가들은 어떤한 행태로든 그런 갈망을 보인다. 처음에는 민망한 모습일 수 있지만 그것이 지속되고 형태와 과정을 이뤄가면, 예술가의 목표가 되고 창작물의 정체성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번 전시, 그리고 피그헤드랩에서 가진 워크샵의 과정에서 일부 보여지긴 하였지만 나는 이들이 더 인정받고 더 관심을 받기 위해서라면 더욱더 노골적이고 갈망하는 모습을 보여 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예술은 내가 원하고 실행한 만큼 보답해주는, 의외로 솔직한 영역이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오종원 (피그헤드랩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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