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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을미 개인전 <담배, 피는 명리>_20241116-20241207

원을미 개인전 <담배, 피는 명리>_

참여작가 : 원을미 / 공동기획 : 피그헤드랩

2024년 11월 16일부터 12월 7일까지(기존 11월 30일에서 일주일 연장)

운영시간 : 12:00-20:00 / 유인 혹은 무인 운영

​오프닝 리셉션(퍼포먼스 공연) : 11월 16일 오후 5시 / 피그헤드랩

전시를 보며 남기는 메모 

원을미 작가(이하 작가)와 처음 만난 날 나눈 대화가 기억이 난다. 우리 어떤 관계가 되더라도 전시 때까지 잘 지내보자고 말하였는데, 터닝포인트 프로그램의 첫날의 인사말이기도 하였지만 개인적으로 좋지 못한 경험을 통해 나온 말이었다. 작가 역시 당시 겪고 있었던 일로 사람 관계에 대한 속상함이 있었기 때문에 금방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오죽하면 ‘비천함’이라는 주제로 전시계획을 세웠을 정도였다.

물론 이번 전시 <담배, 피는 명리>의 주제가 꼭 비천함이라는 감정만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감정을 안고도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본다. 그동안 작가와 가진 대화 역시 작업 자체에 대한 이야기이기보다 우리가 겪고 있는,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더 많이 나눈 듯 하다. 기획자와 작가의 관계를 떠나 한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었고, 또 서로 인생의 어떤 과정들을 거쳐오고 있기 때문에 경청할 수 있는 지점들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는 작가에게 딱 한가지 정도의 제안을 하게 되었는데, 그것도 주제나 성격이 아닌 매체에 대한 것 하나였다. 작가는 퍼포먼스를 베이스로 몸짓을 통한 창작활동을 해왔는데, 피그헤드랩이 그것을 다 담을 수 있는 규모는 아니니 반대로 아주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해보자고. 그 제안 하나에서 시작한 게 이번 전시에 활용된 담배 곽 드로잉들이고 그것들이 군락을 이루어 피그헤드랩을 가득 채웠다.

개인적으로 주제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담배와 명리라니. 모든 존재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면 담배 또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작가와 담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을 때, 담배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맞으나 한편으로 살면서 꼭 필요할 때가 있더라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있다. 꼭 담배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기호식품의 개념만이 아니라, 우리는 살면서 분명 좋다 나쁘다를 구분하기 모호하게 그저 우리 곁에서 존재하는 것들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다양한 사람 간의 관계도 그렇고, 먹고 살아가는 과정에서의 내키지 않는 일들, 누군가 앞에서 억지로 미소를 지어야 하는 경험, 또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내뱉는 한숨 한 모금. 짜증나거나 화가 날 때 우발적으로 뱉는 욕지거리. 나열하다 보니 너무 개인적인 근래의 감정을 쓰는 것 같지만, 아무튼 이 모든 것들이 살아가다 보니 한번 이상은 겪어보는, 혹은 한번 이상은 저질러보는 그런 것들이며 때로는 이런 것들에 위안을 안고 가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이번 <담배, 피는 명리>전이 퍽 넓게 보이게 된다. 사실 오프닝 직전까지 설치 방법이나 표현 방법에 대해 작가와 정말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고 또 서로 걱정도 없지 않았는데, 하나하나 이야기가 담긴 오브제들이 오밀조밀 자리를 잡고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으니 어느덧 퍽 귀엽고 각자의 존재감이 슬며시 느껴진다. 무슨 이야기, 어떠한 메시지가 아니라 그저 그런 길가에 무리 지어 핀 꽃들, 웅성웅성 하는 작은 수다들처럼 모인 이야기들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었다.

크리틱적인 관점에서는 아쉬운 지점들이 있기는 하였는데, 크게 묶어서 이야기하면 기술적인 지점이라 할 수 있겠다. 아무래도 담배 곽이라는 작은 소재, 또 이런 작은 작업으로 설치를 통해 매스를 형성하는 방법 등은 경험을 기반으로 축적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작가의 도전적인 지점으로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또 설치가 끝나고 며칠이 지나 전시장을 둘러보며, 기획 과정에서 처음에 내가 제안한 스탠다드 한 타일형 설치 방법이 어쩌면 지금 느껴지는 생동감과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어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끝으로 퍼포먼스의 경우, 엄연히 따지면 작가의 커리어에 전반적으로 진행해온 퍼포먼스의 영역과 내가 경험한 퍼포먼스의 영역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었다. 호불호의 영역이라고 하는 것이 나을 테다. 그래서 사실 퍼포먼스의 전 과정을 잘 봤다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비가 살짝 내리는 날씨와 어둑해진 하늘, 피그헤드랩이 위치한 장한평중고차시장을 배경으로 어떤 무거운 감정을 공기 중으로 뿜어내듯 펼쳐낸 몸짓 그 자체에 꽤 깊은 인상을 받았다. 재밌었던 것은 인근 상인들이 퍼포먼스를 보고 신기해 하며 ‘뭘 하는 것이야?’ ‘영화 찍는건가?’ 라며 관심을 비쳤다는 것이다. 파트 2의 경우 두 여성 퍼포머가 서로 기대는 장면에서는 ‘서로 사랑을 나누는 거야?’라며 젠더 편견이 없는 질문을 내게 하신 중년의 관객도 있었다.

​■ 피그헤드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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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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